대학소식

가을에 꼭 가고픈 전시회- ‘고향회귀의 노래 II’ 김성운展 – 9월 26일 ~ 10월 2일

2007.09.17 조회수 3,982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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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성운(50세, 삼육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 교수)의 제6회 개인전이 ‘고향회귀의 노래 II’라는 주제로 2007. 9. 26(수)~10. 2(화)까지 인사동 단성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6년전 ‘고향회귀의 노래전’보다 진화된 조형어법으로 작업한 ‘가을가족’ 등 26점이 전시된다.

전시된 작품은 유화느낌과 동일한 질박한 질감의 아크릴 물감으로 고향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작년에 시인 도종환과 같이 시와 수채화 작품으로 불우이웃을 도왔으며 2001년도 작품을 포스터로 제작한 작품 ‘Korea Games’ 등 9점이 세계 최대 권위의 미의회도서관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한편 작품은 9월 26일(수)부터 선보이나 26일이 추석연휴라서 오픈식은 27일(목) 오후 5시에 갖는다. 

이번 김성운 개인전은 추석 연휴와 깊어가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전시회’가 될 것 같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시: 2007. 9. 26(화)~10. 2(화)
장소: 인사동 단성갤러리(T.735-5588)
초대일시: 007. 9. 27(목) 오후 5시
문의: 02)3399-1830, 017-260-7188

 

<김윤섭 미술평론가의 비평 전문> 

향수(鄕愁)는 비를 타고 빛을 내린다
글_김윤섭(미술평론가,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시인 정지용의 「향수(鄕愁)」 중에서 한 구절이다. 꿈과 이상이 잠든 고향에 대한 그리움, 순수한 동심을 자극하는 연민이 구절구절 켜켜이 스며있다. 서정적인 분위기, 차분하고 가지런한 원경과 근경의 병치…. 고향을 둘러싼 이야기를 독특한 공간성으로 연출하고 있는 유년기의 회상은 김성운 작가의 그림과 그대로 닮아 있다. 고향의 가족을 그리워하고, 평화롭고 따사롭게 묻어나던 인정어린 그 기억이 누구엔들 다를까. 
작가 김성운의 토속적인 색감과 이야기 소재들은 과거로의 몰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낭만적이고 환희에 찬 설렘으로 떠올리게 한다. 정겨운 황소의 울음소리를 눈으로 보는 듯 시각화하거나, 몽환적인 기억 속에 잠자던 어린 시절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김성운 작품의 남다른 묘미다. 김성운은 그 작품을 통해 아버지, 어머니,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체화된 이미지로써 단순하고 소박하며 가난하나 평화롭고 단란했던 농가의 정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황소를 통한 정태(靜態)적 이미지는 뛰노는 아이들과 어느새 어우러져 역동적 이미지로 바꿔놓는다. 또한 작가 자신이 유년기의 회상으로 돌아가 흙과 하늘, 아름다운 추억 등 고향의 모습을 이상적인 꿈속의 향연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유년기의 몽상 속에서 상처입지 않은 고향의 청명함 그대로를 평화롭게 구현한 듯하다.

옛말이 그르지 않다면, 아름다운 눈엔 아름다운 세상이 비칠 것이다. 작가 김성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떨까.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군가를 위해 나누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불치병과 맞서 싸운 후 찾게 된 새로운 인생에서 발견한 재능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온전히 바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 제2의 인생에서 만나게 된 예술가의 삶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으로 여겨, 이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김성운 교수가 있다.’
한 기사에서 밝힌 김성운 교수 삶의 단상이다. 유망한 시각디자이너로 각광받던 30대 중반의 1988년. 디자이너로서는 치명적인 ‘포도막염’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불치병의 시련은 그의 삶에 대한 굳은 의지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김성운은 ‘붓 끝으로 사랑을 전하는 희망의 전도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2005년과 2006년 도종환 시인과 함께 시화전을 열어 총 130여점의 수채화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던 에피소드는 많은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 단체에 대한 CI제작 무료지원, 시골병원과 요양원 그리고 교회에서 음악봉사도 하고 있다.
빛은 스스로 빛나지 못한다. 제 몸을 어둠속에 던져야만 비로소 밝은 빛을 얻을 수 있다. 그늘진 곳을 먼저 찾는 김성운 작가의 끊이지 않은 선행은 바로 스스로 몸을 지펴 빛을 만들어내는 촛불의 그것과도 다름없다. 천성으로 타고난 남다른 재주인 그림을 통해 ‘나누는 삶, 실천하는 삶’을 보이고 있다. 그런 김성운 작가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갖고 있지 않을까.

고향길 가는 날은 완행열차를 타고 가자
중간역 간이역들 잘 있었나 인사하며
늘어진 강물도 데불고 세월 저편 찾아가자.
……

자연은 사람을 낳고 고향은 추억을 만든다. 고향 길은 언제나 “세월 저편” 아득한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정완영 시인의 「고향 가는 길」은 그가 팔순이 넘어 쓴 것이다. 삶의 여유와 해탈이 묻어난다. 그러나 온갖 집착을 버리려 애써도 고향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만은 힘든 모양이다. “완행열차를 타고” “늘어진 강물을 데불고”…. 아무리 인생의 황혼이 깊어가도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는 한 줄기의 그리움. 그런 시인의 마음마저 매혹시켰던 고향의 향기가 김성운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사람은 나면서부터 태생적으로 이미 본향에로의 회귀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 
김성운의 그림은 중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고향의 노래이며,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이다. 잠시 시간여행이라도 떠나 잠깐 잊었던 고향의 정경을 중계해주듯 생생하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 구성이 흥미롭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황소의 표정을 주목해보자. 마치 고향마을을 찾은 ‘6시내고향’이나 농촌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친근하지 않은가. 이미 그 누렁이는 카메라를 잘 알고 있다. 적당히 함박미소를 머금은 입가의 여유로움이나 화면 안쪽으로 이끄는 능숙한 시선처리는 여느 배우 못지않다. 김성운은 이렇게 화면구성을 단계적이고 입체적인 스크린 기법으로 연출함으로써, 앵글의 이동에 따라 화면 속 이야기를 잘 짜인 극화(劇畫)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사선으로 내리는 빗줄기이다. 정확히 말해 그것은 ‘비[雨]’라기보다 ‘빛[光]’이라 해야 옳다. 김성운의 그림으로 내리는 비는 ‘천연색 빛줄기’이다. 그 빛은 대지에 스며들어 온 세상의 만물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언덕에 올라]

[단오]

[농악]

[가을 가족] 

작품에 등장하는 농촌의 정경은 바로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이 서로 만나는 천혜의 웰빙 고장 거창의 모습이다. 이번전시는 2001년 첫 개인전에 이어 다시 부르는 두 번째 ‘자연회귀의 노래’인 셈이다. 어김없이 등장한 ‘빗줄기’는 그동안 많은 진화를 거듭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복(福)된 비’에 굳이 견주지 않아도, 이미 김성운의 비는 스스로 삶의 환희와 희망을 충분히 선사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구성원들도 그새 많이 성장했다. 열 살 내외의 어린이들은 10대 중반 사춘기 소년소녀로 훌쩍 자랐고, 황소들도 가족을 이뤄 사랑스런 송아지와 어미소가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작가 김성운에게 고향은 그림이다. 그 속에서 지치도록 뛰고 편안히 쉬고 싶을 것이다. 그림은 그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가 김성운은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눈과 따뜻한 고향을 그릴 수 있는 손,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끌어안은 넉넉한 가슴을 가졌다. 김성운의 향수(鄕愁)는 빛을 내리는 빗줄기가 되어 우리 가슴까지 푸근하게 적셔온다.

 

* 김윤섭 미술평론가 – 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